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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63회는 2021년 12월 7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와 서울신학대 사회복지대학원 이재섭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2030 세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사회자) 요즘 4당의 대선 후보들이 모두 2030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청년 세대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먼저 오랜만에 이재섭 박사님께서 나오셨는데, 위원장님 이재섭 공동대표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재섭 박사님은 영국 켄트대학에서 ‘국민연금개혁의 정치’를 주제로 사회정책 박사학위를 받는 등 <복지정치>를 전공하는 분입니다.- 지난번 새날 방송에서는 공무원연금 연구소장을 지낸 공적연금 전문가로서 연금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주제로 새날 방송에 출연하셨습니다.- 현재는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공적연금 유니온>을 창립해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정책 및 칼럼니스트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정책위원을 거쳐, 지금은 5명의 공동대표 중의 한 분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연금을 연구하다 보면, 지금 현재의 노인세대 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문제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그들이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어떤 기준으로 선거에서 투표하는지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이재명의 민주당, 다시 2030세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쓰신 칼럼이 호응이 좋아서 오늘 모시게 되었습니다. ○ (사회자) 윤석열 후보는 청년은 국정의 파트너라고 하면서, 후보가 직접 청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재명 후보도 미래와 청년에 관한 전담 부처를 신설해서 아예 청년들 스스로, 스스로가 직접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을 하는 등 청년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각종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청년들의 표가 중요해진 이유가 있을까요?-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2030세대가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른바 스윙보터(swing voters)의 역할을 청년들이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전망은 다수 선거 전문가들의 공통적 분석입니다.- 그러한 판단의 근거는 최근 치러진 총선과 보궐선거를 통해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는 2030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반면 1년 뒤 보궐선거에서는 역시 2030의 절대 지지를 얻은 국민의힘당이 서울과 부산 모두 승리했습니다.- 최근의 선거 결과를 보면,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고, 그 이하의 연령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높고 고정되어 있는데, 2030세대인 청년들은 표심의 이동이 많고, 이들의 표를 얻는 것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 때문입니다. ○ (사회자) 2030세대의 젊은이들은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하는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정의당 모두 젊은이를 위한 조직과 청년대표를 선임하는 등 나름의 소통 창구를 만들고 있지 않나요?- 2030은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각 정당마다 청년위원회 등을 두고는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통로와 힘이 없습니다.- 지금 이재명 후보가 하는 매타버스를 타고 현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는 것과 같은 노력들을 그 이전에 집권 여당에서는 왜 생각하지 못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고통과 좌절은 그들을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마련하지 않은 정부와 집권 여당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 과정은 결국 집권 여당의 정책 성과와 유권자를 대하는 태도를 평가받는 준엄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단순히 2030세대의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집권 정당인 민주당의 노력과 자세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합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복기(復棋)를 해 보는 것은 선거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될 것입니다. ○ (사회자) 그렇다면, 2030세대의 젊은이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고, 정치적으로 어떤 경향성을 띤 집단일까요?- 2030세대들은 부모 세대의 성공담을 듣고 보고 자랐으며, 부모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교육을 잘 받았고 일할 준비도 누구보다 많이 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사이에, 사회가 더 빨리 변화해 그들의 준비는 쓸모가 없어졌고 그들을 반기는 일자리도 대폭 줄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이라고 하는 그들은, 기성세대의 아들딸들이며 현재의 세상을 살아내어야 하는 생활인들입니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미래의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현 세상의 답습자일 뿐 아니라, 동시에 창조적 파괴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 젊은이들입니다. 지금 그들이 당면하고 있는 세계는 그리 아름다운 세상이 아닙니다. ○ (사회자) 어떻게 다르게 느끼는 것인가요?- 기성세대들은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다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또 예전과 비교하면 그때가 더 힘들었다고 회고하면서 지금 얼마나 좋아졌는데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2030세대가 보는 세상은 좀 다릅니다. 월급이 많고 고용이 안정적이며, 기업복지가 잘 되어 있는 대기업은 급속히 자동화가 진행되어 신규 채용을 점점 줄이고 있습니다.- 일자리의 대부분(88%)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은 보수와 복지 수준이 열악합니다. 1980년대에 대기업의 80%~90% 수준에 이르던 중소기업의 근로자 임금은 이제 5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부부의 맞벌이가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일과 생활을 병행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준비기에는 중소기업의 근무조건이 너무 열악합니다.-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입시는 대학에서 그치지 않고, 취업과 승진까지 끝없이 이어지면서 경쟁은 자신들이 자라던 때보다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집 장만을 하고 아이를 낳아 경쟁력 있게 제대로 기르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연예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그들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왔고, 여전히 의욕도 넘치는데 자신의 준비와 역량에 걸맞는 사회적 위치는 차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들이 느끼는 “헬(Hell), 대한민국”입니다. ○ (사회자) 그런데, 여러 청년 정치인들도 있고, 청년 비례대표도 할당을 하는 등 청년들에게 정당에서 나름대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비례대표 한 두 명을 배치한다고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만들어졌다고 볼수는 없을 것입니다.- 2030세대들은 국가와 정부에 대해, 자신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준비할 만큼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고, 소통의 통로를 보장받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어떤 길을 선택하든, 심지어 학생운동으로 감옥에 가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의 역할이 커지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그들은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험공부에 전념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어야 하게 되었습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도 없고, 통로도 없으니 정치인들은 그들에게 적당히 관심을 표하는 시늉만 해도 되었던 것이 현실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진보 개혁 진영은 그들을 투표장에 얼마나 모으느냐에 최대 관심을 가졌고, 보수진영은 날씨가 맑아 젊은이들이 야외로 나가 투표를 하지 않기를 은근히 바랐습니다.- 참고로 스웨덴 등 복지국가에서는 정당의 각종 보직이나, 국회의원 할당에서 항상 일정 비율로 청년과 여성, 노인 등을 반영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합니다. 청년들이 사회에 대해, 또 정치나 경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여도, 모르는 것 자체가 그들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보고, 인구 비례에 따라 일정 비율로 할당을 하는 것입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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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63회는 2021년 12월 7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와 서울신학대 사회복지대학원 이재섭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2030 세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사회자) 지금까지 그렇게 지내왔는데, 왜 지금에 와서 청년들의 표가 중요하게 된 것인가요?- 이제 그들이 유일하게 정치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은 선거에서 투표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그들의 어려움에 눈을 감는 정당에게 복수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의 지지층이 고정되면서, 또 민주당과 국민의 힘당 지지자들이 뚜렷하게 구분되면서, 이제는 인구비례에서도 큰 비중이 아니고, 정치적 목소리도 크지 않았던 청년들이 집권 정당을 교체하거나 대통령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지지자들이 각각 40% 수준으로 고정되면서, 이른바 젊은이들이 스윙보터(swing voter)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그들이 감정에 휘둘리거나 생각 없이 지지 대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줄 개혁정책에 대해 무관심하지도 않고, 민생 정책의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정부나 정당을 평가하고 심판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 (사회자) 전통적으로 진보향을 지닌 2030세대가 이전의 총선 때와 다르게 보궐선거에서는 왜 민주당에게 등을 돌렸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재명 후보의 민주당은 그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고, 국힘당의 윤석열 후보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입니다.- 어떤 정치평론가나 학자도 2030세대의 표심 전환의 이유에 대해 명쾌한 진단과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실망했다는 점과 국힘당의 인물이나 정책이 좋아서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보궐선거 참패 후 긴급히 컨설팅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초점집단 면접조사(focus group interview)에서 얻은 결론도 유사합니다.- 지나치게 오른 부동산 가격에 따른 좌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의 불공정성, 지나친 페미니즘 정책에 따른 실망, 대통령 주변의 내로남불 태도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030의 <세대 반란>으로까지 표현되는 급격한 표심 이동 현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진지하게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정당 정치를 정상화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사회자) 이재섭 박사님이 진단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먼저, 여러 가지 구체적인 이유보다 앞서는 것은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민주당 당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이 그들의 열성 지지자들인 2030세대의 아픔에 동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하였는가? 하는 집권 정당으로서 민주당의 태도가 문제였습니다.- 정당은 지지자는 물론 반대자들의 의사에도 예민하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내기 어려운 젊은 연령층의 지지자들에게는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고, 진심으로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와 집권 민주당은 과연 그렇게 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정책 과정과 공약의 집행 방법에 대한 문제입니다. 중대한 개혁정책이나, 공약사항을 집행할 때 그 영향과 효과, 그리고 이해관계 집단의 수용성까지 고려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정책의 전환에는 항상 이득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습니다. 특히 이미 관행으로 굳어진 정책이나 제도를 바꿀 때는 내용의 타당성과 필요성도 중요하지만 현실 적합성과 수용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는 동안 그러한 세밀한 관리를 못한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회자) 그럼 어떻게 해야 2030세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제 민주당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왜 2030이 지지를 철회하게 되었는지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과 로드맵을 내놓아야 합니다.- 막연하고 추상적 공약만으로는 2030의 표심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생존과 자존심이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힘당도 지난 선거에서 왜 젊은이들이 자신을 지지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청년들이 지지를 한 것은 국힘당이 좋아서나 후보가 잘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2030세대의 표를 다시 얻어 집권하려는 정당은 정치 공학적인 표 계산보다, 그 이면에 있는 젊은이들의 말못하는 고뇌와 좌절을 읽어 내야 합니다. 대권을 위해 일정을 이어가는 양당의 후보들은 이들에게 와 닿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체감되는 공약을 준비해야 하고, 그것만이 2030의 마음을 얻는 길이고, 선거를 통해 정치가 발전하는 길입니다.- 과거 노사모 등 젊은이들의 지지에 힘입어 집권한 노무현 정부는 집권 후에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 거시적 국가지표에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권력기관 개혁과 부동산 개혁에 실패해 그들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 특히 2030세대 젊은이들에게 고통과 좌절을 안겨주고 그들의 지지를 잃어 정권을 잃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충고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힘당과 윤석열 후보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입니다. 다만 그들은 지금 집권 여당이 아니어서 2030의 표심 이반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 (사회자)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요? 특히 태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만큼 진지하고, 성실했던 분이 계실까요?-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권과 집권당 전체의 태도와 자세를 반성해 보자는 것입니다.- 정권 재창출이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쓴 것은 버리고, 단 것만 취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정권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잘한 것뿐 아니라 잘못한 것도 인정하고 반성해야 더 나은 발전이 가능해집니다.- 선택받은 공약이니 밀어붙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에는 환영받았을지 몰라도, 이미 상당한 기득권이 조성되어 있고, 민주 의식이 상당히 형성되어 있는 현재의 국민들에게는 쉽게 수용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공약과 정책이라도 국민들로부터 개개의 정책과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승인을 받은 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관행과 현상에 근거하여 오늘을 살고 있고, 내일의 삶을 준비해온 국민들에게는 필요한 개혁정책이라도 자신에게 손해가 가거나 기회 상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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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63회는 2021년 12월 7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와 서울신학대 사회복지대학원 이재섭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2030 세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사회자) 개혁을 하는데, 기득권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모든 기득권이 다 나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고, 또 상당한 근거가 있는 기득권이라면 그 실체를 존중하면서, 개혁을 해 나가야 합니다.- 더구나 그 손해나 기회 상실자 중에는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그들은 지지정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채택된 정책이라도, 구체적인 집행 방식과 속도까지 모두 지지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기울어진 언론 상황 속에서 정책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무조건 믿고서 따라와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민주국가에서 다수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면 그 수용성의 확보는 필수조건입니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이나 최저 임금 정책,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서 과연 그렇게 세밀하게 조율하고, 설득하고, 대안을 준비했는지 의문입니다.- 정책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집행과정에서의 국민 동의와 여론 형성 등의 과정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사회자) 그렇다면 부동산 정책은 무엇이 잘못이었을까요?- 예를 들면, 집권당의 이재명 후보가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한 부동산 정책의 경우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민주당 차원의 공식적인 분석이나 반성을 발표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사실은 별로 책임이 없는 이재명 후보가 사과를 하는 것이 정당한가도 의문입니다.- 강남 3구의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24차례가 넘는 다양한 규제정책을 반복해서 발표할 때, 애초에 국민들에게 약속한 매년 공공임대 주택 10만 호 건설은 왜 초기부터 포기했는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재산 축적이나 투기를 위해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당장 직장이 있는 곳에 살 곳이 필요한 2030세대 같은 저소득, 무주택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추진했는지에 대해서는 정권이 끝나가는 아직까지도 답이 없습니다.- 지난해 말에야 발표된 <도심지역 초고밀도 개발>은 정부가 예산을 직접 투자하지 않아도 준공공개발의 방식으로 2030세대에게 살고 싶은 지역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간접적으로 강남의 집값도 잡을 수 있는 정책이었는데, 왜 집권 후반기에 와서야 추진되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자산계급정치’ 또는 ‘부동산 계급정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선거에서 확인되듯이 자산이 없는 가난한 자들은 투표를 포기해도 자산가는 절대 투표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투표 결과의 여하에 크게 잃을 것이 없는 무산자들과 달리 자산가는 투표 결과에 따라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꼭 투표를 합니다.- 진보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근로에만 전념한 사람을 어느 순간 ‘부동산 거지’로 만들고,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고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이 순식간에 부동산 부자가 된다면 다음 선거에서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분명합니다. ○ (사회자) 청년들의 기대가 좌절되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마음이 떠난 것일까요?- 한 두 가지의 단순한 원인은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에도 1)자신이 지지한 집권 여당의 정책을 믿었다가 부동산 빈곤자가 된 사람은 가장 먼저 정부 여당의 지지자에서 반대자로 돌아설 것입니다.- 2)다음으로 이미 부동산 자산가가 된 자들은 부동산 가격을 낮추려는 정부를 부동산 투기 유도 정부로 바꾸고 싶어할 것입니다.- 3)특히 ‘영끌’이나 ‘패닉투자’로 집을 산 2030들은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결사적으로 부동산 친화 정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위의 3개 그룹은 아무리해도 국민의힘을 지지하게 될 것이고, 그 숫자도 많지 않습니다.- 4)하지만 마지막으로, 늦게나마 집을 장만하려고 준비한 사람들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택가격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면서, 주택자금 대출 제한 등 자산 마련의 기회를 막는 정부를 원망하게 될 것입니다.- 이분들에게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지지자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제대로 막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저렴한 주거 공간을 만들어 주지 못한 잘못에 더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집권 초기에 매년 10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겟다는 공약을 무산시키거나 집행하지 않은 세력들이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 나서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 (사회자)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사례와 같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데 반대하는 것은 정규직의 기득권 이기주의가 아닐까요?- 그런 측면이 없지 않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도 봐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해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과 최저임금 정책도 같은 오류를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힘들게 공사와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노량진의 골방에 앉아서 임용고시를 준비해온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정규직으로 관련 업무에 종사해온 사람을 우선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자신이 갈 수 있는 자리를 뺏어가는 불공정 정책이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인국공 사태>의 본질이 그것인데, 정부와 집권 여당은 이에 대한 반성과 대책을 내어놓은 적이 없습니다.- 수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고생해온 분들을 지금이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만 바라보고 비정규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입도 포기하면서 자신의 삶을 투자해온 공기업 취준생들에게는 또 다른 “불공정”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공공 부문 일자리가 OECD 평균의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화하는 정책과 더불어서, 각 분야의 공공 부문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동시에 발표했다면 그러한 박탈감과 배신감을 주지 않았을 텐데, 과연 문재인 정부는 다른 대안을 준비하는 세심한 노력을 했는지 의문입니다. ○ (사회자) 최저임금 정책도 같은 맥락일까요?-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자영업자나 영세 중소기업을 하는 분들이 남이 잘되는 것에 배 아파하는 소인배들이 아닙니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대안 제시도 없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고 옳은 것이니, 수용하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정부의 간접적인 폭력으로 느껴진 것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상쇄할 수 있는 상가 임대료 인상 억제 정책이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부담을 경감 정책, 또는 신입 사원이 아니라도,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한시적으로 보전해 주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더라면 이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최근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발표되는 착한 임대인 정책이나, 각종 지역 상품권 지급정책과 1+1 근로자 임금 지원정책 등 다양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보면, 이들 정책을 최저임금 인상 시기에 같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정권 초기 대통령 공약 추진을 총괄하던 청와대의 책임자들이 그러한 고민을 해 왔는지 않타깝습니다. ○ (사회자) 인수위도 없이 갑자기 집권을 해야 했고, 집권하자마자 당장 사드(THAAD) 문제나, 일본과의 무역전쟁, 그리고 코로나19 창궐 등 그야말로 숨 가쁘게 달려온 문재인 정부에서 세세하게 정책을 챙기는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은 국민들도 충분히 이해를 해 줄 것입니다. 하지만 차기 정부는 그러한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정책의 방향이나 내용이 아무리 옳다 할지라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정책 전환에 적응할 시간의 보장 등이 충분했는지 반추해 봐야 합니다.- 최근의 2030세대의 반발은 정부의 다양한 정책 대안을 준비하지 못하였거나,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검찰이나 언론, 의사들과 같은 힘 있는 집단들이 자신들의 불공정하고 과도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제도개혁을 막는 행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문재인 정부의 많은 성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 실패는 2030세대로부터 지지를 철회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안정된 주거에 대한 꿈을 잃어버리고 자산 격차에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막연한 기대가 무산된 데 대해서까지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주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촛불혁명으로 수립한 정권이기에, 정부의 확고한 약속을 믿고, 자신의 삶을 성실히 준비한 분들의 합리적인 기대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기대권’을 존중하는 것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요합니다. ‘기대권’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 집행은 그 자체로 정부의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 (사회자)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서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나오신 이재섭 박사님께서 마무리 말씀을 해 주십시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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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3요즘 우리 사회를 달구는 핫 이슈가 있다. 바로 능력주의와 공정경쟁이다. 치열한 경쟁 판에 갇힌 2030 세대에선 더욱 논쟁적이다. 재빠르게 이슈를 선점한 눈치 빠른 30대 정치인이 당대표로 진입하는 계기를 터준 이슈이기도 했다. 불공정의 역사는 길었으되 공정 이슈는 눈앞 현실이고 보니, 누구도 그 간극을 명쾌하게 정리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포퓰리즘에 이용될 여지가 많다. 공정경쟁을 말하려면 불공정의 과정부터 살펴야능력주의 논쟁을 무색하게 하는 사건들도 넘쳐난다. 화장실 유독가스로 2명 사망, 옥상에서 전신주에서 페인트칠하다가 추락,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항만 노동자, 날마다 통계에 잡히다시피 일어나는 총알 배송 택배·배달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들이다. 깔리고 떨어지고 돌에 맞고 질식하고, 마치 전시 상황과도 같은 노동 현장의 참극들이다. 문득 의문이 스친다. 이들이 일하는 그 노동 현장은 공정한 환경인가? 목숨을 감수해야만 할 위험 노동을 거부할 순 없었을까? 그렇다. 생존 현장의 그들에겐 그럴 권리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정성 논쟁이 한창인 우리 사회가 서있는 불공정 경쟁의 기반이다. 젊은 청년 김용균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사건에 분노하며 떠들썩했던 것도 잠시였고, 끝없이 이어지는 사망과 사고들 앞에서 그 분노는 다시 사그라지고 있다. 공정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8년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저소득층은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80.5%가 여전히 저소득층으로 남아 있고 빈곤 탈출률은 OECD 28개 회원국의 평균 빈곤 탈출률인 64.1%에 견줘 절반 수준에도 한참이나 못 미치는 19.5%로 꼴찌를 기록했다(조세재정 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 국제비교 보고서). 세대별로는 20대 빈곤 탈출률은 11.7%(OECD 평균은 42.7%), 30대 17.2%(OECD 평균 45.7%)로 우리나라는 좀처럼 빈곤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처럼 부의 불평등은 단순한 자산 및 소득 불평등을 넘어 사회 전반의 불평등 구조로 이어져 출발선 자체를 왜곡시켜 왔다. 당연히 우월한 경쟁 기반의 계층들이 대를 이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는 구조이고, 그 기회는 다시 부의 왜곡을 심화시킨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우대 제도’들은 이런 불공정 기반을 개선하기 위한 분야별 정책 중의 하나다. 가부장제 하에서 법적·사회적으로 소외되었던 여성의 권리와 사회 참여의 기회를 점차 확대해 공정한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 취지다. 장애인할당제, 지역인재할당제, 청년할당제도 같은 기능을 한다. 지금까지 이런 제도들이 제대로 운영되어 왔는지 여부를 넘어 이 정책들 자체가 불공정한 기반이고 역차별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합리주의를 가장한 넌센스다. 능력주의와 공정경쟁에 관한 논쟁에서 이런 제도들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인간 사회에서 모두에게 늘 완전한 공정성이 유지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책적 배려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정·보완해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정하고 보완해가는 과정에는 늘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적 격차가 따르게 된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조정 당시의 개인들이 불공정을 경험하게 되는 지점이다. 최근의 여성우대 정책들이 논쟁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성에 대한 불공정한 사회 기반은 고용·경제 상황이 다소 여유가 있었던 산업화 세대에 주로 형성되었다. “불공정 구조를 만든 건 기성세대인데 왜 치열한 경쟁 속에 허덕이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문제를 떠넘기고 강요하는가”라는 지점이 2030세대 남녀 갈등의 핵심인 듯하다. 이처럼 불공정 기반의 수정 과정은 쉽지 않은 문제다. 생각해보면, 과거 노예노동으로 엄청난 부를 착취해오던 미국 남부의 농장주들도 노예제의 폐지를 엄청난 불공정으로 인식했다. 가까이는 얼마 전 떠들썩했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그랬다. 인국공의 보안검색 요원 직접고용에 대한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가 아니라며 각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불복해 소송이 제기됐지만 법원 역시 인권위 처분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물론 법적 판단이 모든 문제를 정리해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취업의 문턱이 곧 생존의 문턱이 된 민감한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법적 잣대가 아닌 이해와 협의 과정이었다. 그 점에서 법정으로 가져가는 빌미를 준 정부에 많은 책임이 있다. 충분한 대화와 논의는 물론이고, 과정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준비도 없이 진행된 명령 하달 방식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드러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공정한 사회로 가는 과정의 어려움을 체험했다는 점에서는 앞으로 교훈 삼을만하다.경쟁 판의 교정 작업, 경쟁 논리로는 가능하지 않다대한민국 헌법은 제32조에서 근로의 권리와 근로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덧붙여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명시한다. 이어 제34조에서는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35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규정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환경,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는 개인이 경쟁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 권리임을 명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위험천만한 환경에서 죽어가지 않을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 권리를 챙겨먹지 못했으니 스스로의 무능을 탓해야 할까? 목숨을 걸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일, 오물 등 폐기물을 청소하고 운반하는 노동, 가족조차 견뎌내기 힘든 돌봄 노동, 모두 힘들고 위험하고 위생적이지 않아 피하고 싶은 노동들이다. 그러나 이런 노동 없이 인간은 한시도 살아갈 수 없고, 사회는 굴러갈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 노동들을 더 대우해야 공정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능력주의 사회는 그렇지 않다.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노동을 당연하게 여긴다.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이미 결정된 그 노동들은 바로 능력 만능주의 사회를 지탱할 기반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되고 위험한 노동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들,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학을 포기하는 젊은이들, 바늘구멍보다 작다는 취업의 문턱을 넘을 수 없었던 젊은이들이 다시 결혼과 육아를 포기해야 하는 사회. 이런 사회가 말하는 능력의 기준은 무엇이고 능력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무엇을 위한 능력이고 누구를 위한 능력일까? 극단적 소외계층에게 기회를 확대하는 제도는 어느 시대에서나 있었고 필요한 제도다. 인간이 만든 제도가 모두에게 항시적으로 완벽하게 작동할 수 없어서 그렇다. 국가마다 다양한 복지 정책들은 이런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도 세금 혜택을 받는 것도 기부나 적선 행위가 아니라 공존을 위해 끝없이 교정해가는 비용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공정한 사회는 능력주의보다 과정을 이해하는 사회“미국인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틀렸습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밥도 못 먹고, 아파도 병원에 못가고, 학교에도 못 다니는 걸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속 편하게 살 수 있나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에 나오는 대사다. 미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아이슬란드 여성 CEO의 답이다. 능력주의 사회일수록 차별과 불평등을 당연하게 여긴다. 현재의 결과에 대해 온전히 개인들이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여가부(여성가족부)를 둔다고 젠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통일부를 둔다고 해서 통일에 다가가지 않는다면서 여가부도 통일부도 없애라는 정치인이 있다. 모든 제도를 기능적으로만 이해한 탓에 과정은 무시되고 단기적 결과만을 중시한 근시안적 사고다. 이 사회가 ‘인간을 위한 사회인지 기능을 위한 사회인지’의 지점에서 헛갈리는 것은 아닐까? 이는 자본주의적 부와 결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모든 조직과 사람은 도태시켜야 한다는 원리와 같다.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했다면 날선 비판과 개선책을 제시해야지 존재 자체를 없애라고 한다. 국정 운영에서조차 치열한 경쟁자적 마인드로 임하고 있는 듯하다.이런 논리는 그들이 만든 ‘능력 기준’에 합당하지 못한 사람들을 계층화하고 퇴출시키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가족 제도가 있다고 인구절벽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지금의 가족 제도 역시 당장 해체해야 마땅한가? 필요에 의해 생긴 제도라고 해도 수명이 다하면 언젠가 폐지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제도를 없애버리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단순명료함은 많은 생각이 필요 없으니 자칫 공정해보일 수 있으나 복잡한 인간 사회와 인간의 가치를 간과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지를 가르치고 아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만약 아이들에게 시험 잘 보는 법을 가르친다면 사실 가르치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입니다.” 영화 속 핀란드 수학교사의 말이다. 능력주의와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인 어느 정치인은 그 수학 선생님이 수학은 안 가르치고 엉뚱한 걸 가르치고 있으니 수학과목을 없애고 싶을까? 능력주의가 ‘인간의 가치’ 그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 능력주의, 합리성, 효율성은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 필요한 도구일 뿐이며, 인간을 넘어서 그 자체가 의미일 수는 없다.삶의 정치를 실현한 공간,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은 나눌 몫이 작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경쟁적인 사회에서는 자신이 감당할 정도의 경쟁 수준을 스스로 결정할 권한도 없다. 능력주의가 경쟁주의와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피곤함을 무릅쓰고 경쟁의 대열에 합류해야 하는가. 사회를 운영할 제도와 법률을 만드는 정치권, 국회가 고민할 문제들이 태산이다. 그런데 이들이 앞장서 경쟁주의와 능력주의를 부추기고 있어 안타깝다. ‘악의 평범성’ 개념을 제시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활동적 삶을 사는 인간의 활동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 세 가지로 분류했다. 신체의 생물학적 과정에 상응하는 생존 활동인 ‘노동’은 전적으로 사적 영역이며, 인간들의 노력으로 인공적 세계의 사물들을 제공하는 제작인의 행위인 ‘작업’은 유용성이 지배하는 활동이다. 사람들은 이 노동과 작업을 기반으로 인간들 사이에 직접적으로 수행되는 유일한 활동인 ‘행위’를 하며 인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이다. 보편적 인간(a man)이 아닌 복수의 인간(men)을 전제로 하며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공적 영역에서의 삶이다. 아렌트는 근대의 인간이 생존의 필요성에 치우쳐 그에 예속되면서 동물성 유지 이외의 인간성 발휘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능력주의는 인간의 다원성, 복수의 인간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원성을 인정하려면 공론의 장이 필요하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자유시민은 노동과 작업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었듯이 정치적인 삶은 먹고사는 기본적인 문제들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능력이 권력이 되어 좌우를 나누고 상대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정치는 진정한 ‘정치’가 아니다. ‘작업’의 영역에 머물러 있거나 먹고살기 위해 경쟁하는 ‘노동’의 활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이다.인국공 사태에서처럼 우리 삶이 법정에서 결정되는 방식은 사적 영역인 노동이나 작업의 영역(인간이 만든 법률 등)에 삶을 내맡기는 방식 아닐까? 아렌트에 의하면 복수의 인간들이 서로 문제를 드러내고 공론화하고 활발하게 토론하고 타협해 조정해가는 정치적 활동을 통해 해결할 문제였다. 이런 활동적 삶을 살려면 빈 공간이 필요하고 모두가 조금씩 양보할 준비도 필요하다. 바둑판처럼 빈틈없이 짜여 촘촘히 얽혀있는 지금의 사회 구조에서는 노동·작업의 삶을 넘어 ‘행위’하는 삶을 살 공간을 만들 수 없다. 젊은 세대에게 그런 공간을 내주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기성세대에 있다. 그런 촘촘한 구조에서는 능력주의조차 실현해내기 어렵다. 자신들도 어쩌지 못하는 치열한 경쟁 판에서 공간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폭력으로 인식될 수 있다. 기성세대가 먼저 틈을 내주어야 한다. 북극의 빙하도 한번 갈라지기 시작하면 뱃길이 열리듯이 일단 틈만 생기기 시작한다면 공간으로 이행하기는 쉽지 않을까?※ 김진희는 공인노무사로 ‘노무법인 벽성’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복지국가의 노동 정책, 경제민주화와 노동권 강화가 주된 관심 분야이며,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김진희 (노무법인 벽성 대표) webmaster@parang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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